무엇이 문제일지 모를때(초연결 해석)

 

IoT의 변화 예측

loT가 일으킬 전환이 얼마나 엄청날지는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노력은 해봐야 한다. 이 새로운 기술의진정한 힘은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그로 인해 더 편리한 생활을 영위하며, 결과적으로 모두가 더 행복해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실물 세계를 다시 생각해보고, 이 새로운 정보 흐름에 힘입어 실물과 디지털을 어떻게 연결할지 고민할수 있기 때문이다.

공학자 제프리 콘클린은 워낙 복잡한 까닭에 해결책을 찾기 전까지 자세한 설명은커녕 그 문제가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는 '고약한 난제'를 주제로 한 권의 책을 썼다."0 만약 이런 고약한 난제가 우리 주변에 오래전부터 있어왔다고 가정해보자. 그리 고그 누구도 이 난제를 풀기는커녕, 그런 난제가 존재하는지조차 모른다고 생각해보자. 전 인류가 이른바 '집단 실명'에 빠져, 세상에서 일어나는 어떤 현상을 아예 목격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도 우리는 사물의 표면만 봤을 뿐 내부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 원시 과학이 등장한 이래 수천년 동안 사물의 안쪽을 들여다볼 생각은 하지 못하고, 이 고약한 난제를 에둘러 피해 갈 대응책만 내놓은 채 '문제 풀기' 를 포기하고 체념했다. 모두가 눈을 감고 문제 풀기를 포기한 상태.
나는 이를 '집단 실명'이라고 부른다. 어떤 분야에서든 이러한 현상은 문명의 발전을 가로막는 커다란 장애물이었다. 문제가 뭔지 알아야 해결책을 내놓든지 말든지 할 텐데, 애초에 문제 자체를 인식하지 못 하니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는가?

집단 실명의 예시

 

자, 그럼 우리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영역, 즉 우리의 삶의 터전인 산업 분야에서 이 집단 실명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하나씩 알아보도록 하자.

1. 기계가 언제 고장을 일으킬지 알 길이 없다. 핵심 부품의 금속피로가 얼 마나 진행됐는지, 언제 부품을 갈아 끼워야 가장 경제적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저 노련한 엔지니어의 감만 믿을 뿐이다.

2. 조립 라인의 가동 효율이 얼마인지 알 길이 없다. 기계 하나의 설정 값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조립 라인 전체의 가동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

3. 내가 주문한 물건이 정확히 언제 도착할지 알 길이 없다. 도로의 교통상황은 예측하는 일은 영화 '트루먼 쇼에서나 가능한 일이므로, 배송이 하루 이틀 지연되는 건 이제 아무렇지 않다.

4. 공급업자에게 부품을 정확히 언제 받아야 할지 알 길이 없다. 솔직히 말해보자. 지금껏 우리가 '적기 공급 생산(Just-in-time)'이라고 부르던 시스템이 진짜로 '적기'에 이루어진 적이 있었던가?

5. 제품을 출시하고 나면, 고객이 실제로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 길이 없다. 제품의 기능을 개선하고 싶어도 제품에 눈과 귀가 달린 것이 아니므로, 제품을 판매하고 나면 고객과의 관계는 끝난다. 이제 이러한 상황이 IOT를 통해 모두 바뀌고 있다. 집단 실명이라는 고약한 난제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보지 못했던 사물의 내부에서는 이미 놀라울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일이 벌어지고있었다. 앞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겨우한 번의 운항으로 나오는 항공용 제트엔진의 데이터가 무려 0.5테라바이트라는 사실을 네트워크 장비 기업 시스코cisco는 IOT로 실현할 수 있는 기술뿐만아니라, 그것이 뒤바꿀 시장 환경에서 기업이 가장 집중해야 할 전략목표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마주한 도전은 경쟁 기업과의 피 말리는 가격 전쟁도 점점 줄어드는 소비자를 둘러싼 소모적인 다툼도 아니다. '까맣게 숨겨져 있던 자산bark Assets (아직 통신망에 연결되지 않은 사물)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아낸 다음, 하나라도 더 많은 사물에 빛을 비취야(통신망에 연결해야) 한다. 그런 다음, 사물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를 통합하고 분석해 활용하기만 하면 된다." loT 분야에서 가장 첨단에 서 있는 기업 PTC는 집단 실명에 대항해 혁신적인 치료법을 내놓았다. 바로 증강현실 시스템 '뷰포리아 Vuforia 다. 발전기 엔지니어나 굴착기 운전자가 '증강현실 헤드셋'을 쓰고 뷰포리아를 작동하면, 캐터필러Caterpillar의 굴착기든 현대건설 기계의 굴착기든 그 내부가 훤히 눈앞에 펼쳐진다. 어떤 부품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려주는 분해 조립도는 물론이고, 발전기에 내장된 감지기들을 통해 각 구성품에서 수집한 실시간 성능 데이터까지 모두 살펴볼 수 있다. 이렇게 파악한 장비의 '내부'를 협력자와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도 있다. 마치 영화 같지 않은가?

이러한 사례들은 지금의 우리에게 무척 놀랍게 느껴진다. 그러나 앞으로 몇 년 후 loT 제품과 서비스가 아주 흔해질 때, 그러니까 구성품의 가격이 훨씬 더 저렴해지고, I0T를 밑받침하는 기반 기술이 더 싸면서도 튼튼해지고, 무엇보다도 우리의 사고방식이 완전히 달라질 때 구현될 일들에 비하면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다. 전문가들이 확
신에 찬 채로 예측하는 미래에 따르면, 앞으로는 '교통 정체'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지고, 사용자 맞춤형 제품이 기성 제품을 시장에서 밀어내며, 다른 무엇보다도 공급과 제조와 유통이 매끈하게 하나로 이어져 정밀하게 순환될 것이다. 물론 '집단 실명'이라는 고약한 난제를 해결한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네트워크 효과

 

하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가 사용자의 수에 비례해 커진다는, 이른바 '네트워크효과'를 믿기 때문이다. 이더넷을 개발한 로버트 멧커프는 이 개념을 '멧커프의 법칙'으로 발전시켜, 어떤 통신망의 가치는 기기 사용자 수에 제곱해 비례한다고 주장한다. IOT에 연결된 기기가 늘어날수록, 기기끼리 매끄럽게 연결되고 통합되기가 쉬워질수록 기기 하나하나의 가치와 쓸모가 커진다는 뜻이다. 에릭 브리뇰프슨과 앤드루 매캐피가 자신들의 책 「제2의 기계시대」에 적었듯, 네트워크 효과가 '재조합 혁신을 일으켜, 디지털 구성 요소가 신기하게도 "단순 덧셈이 아니라 곱셈 방식으로" 끊임없이 재조합될 것이다.12 네트워크 효과는 이미 시작됐다.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는 흥미로운 사례가 하나 있다. 웹사이트 '이프트IFTTT"가 그것이다. 이 사이트의 검색창에 특정한 명령문을 입력하면 수많은 소프트웨어와 온갖 IoT 기기를 연결할 수 있다.

"오늘 날씨가 더울 것 같으니 오전 10시쯤 에어컨을 틀어줘. 아, 그리고 점심에는 샌드위치를 먹을 건데 괜찮은 식당도 알아봐줘. 나중에 볼 수 있게 내 노트북에 재미난 유튜브 동영상들도 좀 모아놓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고 있지?"

레시피와 트리거

이 세계에서는 이러한 명령어를 '레시피Recipe '라고 부른다. 만약 사용자가 외출을 하면, 이 동작이 방아쇠Trigger '가 되어 자동으로 레시피가 작동된다. 이프트에는 1000만 개가 넘는 레시피가 누적되어
있다. 이프트는 I0T가 얼마나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홀
등한 실험 무대다(이프트는 충분히 설명할 가치가 있으므로,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다).

네트워크 효과가 완전히 실현되면, 지구는 테슬라가 상상한 것처럼
"아주 작은 조각인 사물 하나하나가 모여, 주기적으로 순환하는 진정한 전체이자 엄청나게 큰 뇌"3가 될 것이다. 그리고 비로소 인류는 집단 실명에서 깨어나 새로운 빛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